아킬레스와 거북이 - 아킬레스는 거북이를 이길 수 없다.

생각하는 글|2021. 7. 8.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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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스가 누군가? 마라톤 선수이자 레전드 전사였다. 그 유명한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장군이다.

 

그렇게 용맹하게 전장을 뛰어다니고 마라톤 선수이기도 했던 아킬레스는 자기 앞에서 기어가는 거북이를 네버 네버, 결코 결코 따라잡을 수 없다.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달리기 경주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물론 말이 안 된다. 그런데 들어보면 또 그럴 것도 같다. 분명 아닌데 콕 집어서 오류를 잡아낼 수도 없다. 왜 그런지 궁금하면 500원, 아니 아래를 읽어보라.

 

아킬레스와 거북이가 달리기 시합을 한다. 토끼도 아니고 아킬레스다. 거북이가 어떻게 그를 이길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라.

 

거북이는 달리지를 못하는 데다 걸음마저 느리니 아킬레스보다 앞에서 출발을 시키자. 그보다 100미터 앞에서 출발한다고 가정해 보자. 경기를 알리는 총소리가 나면 아킬레스는 열심히 뛸 것이다. 우사인 볼트는 100미터를 9초 58로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아킬레스는 우사인 볼트보다 빠르면 빨랐지 결코 느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 그가 열심히 달리니 금방 거북이 뒤에 바짝 따라붙는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잘 들어 보라.

 

 

 

거북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

자, 생각해 보자.

아킬레스가 자기보다 100미터 앞에 있는 거북이를 쫓아갈 동안 거북이라고 가만히 있었을까? 아니다. 다만 1미터라도 전진했을 것이다. 여기서부터 생각의 흐름을 잘 따라가 보자. 

 

아킬레스가 100미터를 달려갈 동안 거북이는 1미터를 나갔다.

그리고 아킬레스가 다시 거북이를 향해 1미터를 나갔을 때 거북이는 10cm를 나갔다.

이어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9cm 쫓아갔을 때 거북이는 1cm를 나갔다.

아킬레스가 9mm를 쫓아갔을 때 거북이는 1mm를 나갔다.

...

 

이렇게 둘은 무한히 가까워질 뿐 아킬레스는 결코 거북이를 앞서 나갈 수가 없다. 둘의 간격이 점점 더 무한히 가까워질 뿐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앞서 나갈 수는 없는 것이다. 아킬레스가 앞으로 나가면 그의 앞에 있는 거북이는 조금이라도 그보다 앞서 전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둘은 무한히 가까워질지언정 아킬레스 거북이를 앞서 갈 수는 없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맞다. 그러나 명쾌하게 왜 말이 안 되는지 설명해 보시라! 

 

 

 

화살은 날아가는 것이 아니다

이것을 말한 이는 '제논'이라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다. 그는 기원전 400년 대에 살던 철학자로 파르메니데스의 제자였다. 그는 아킬레스와 거북이 역설 말고도 몇 개의 역설을 더 제시했다. 그중에 재밌는 하나를 더 보자. 바로 화살의 역설이다. 일명 '화살은 날아가는 것이 아니다. 정지의 연속일 뿐이다'라는 것이다.

 

우리 눈에는 분명 화살은 날아가고 있다. 그러나 제논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왜 일까?

화살은 한 지점에서 다음 지점으로 그리고 또 다음 지점으로 연이어 있는 것이다. 즉 그 순간순간 각 지점에 있는 것이지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또한 말이 안 되는 말이다. 그런데 그럴싸하지 않은가? 물론 그의 역설(Paradox)은 이후에 과학적 지식이 축적되어 감에 따라 논파되었다. 그러나 오랜 세월 그의 역설을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틀렸다고 증명해 왔다. 심지어 20세기를 살았던 버트란트 러셀도 그의 논리가 잘못됐음을 증명하려 노력했다. 즉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2천 년 넘게 그의 이야기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땀을 흘렸던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제논의 승리가 아닐까?

 

말이 안 되는 것을 말해야 하는 세상

세상엔 말이 안 되는 말이 참 많다. 문제는 말이 안 되지만 그냥 두면 말이 되기에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애초 말이 안 되는 것을 되는 말로 오류를 제시하려니 이 또한 말이 안 된다. 참이 거짓을 거짓이라 증명하려니 피곤한 것이다. 그런데 거짓이 거짓임이 증명되면 거짓이 사라질까?

 

참이란 무엇인가? 어떤 논제가 사실로 증명되었다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거짓이 거짓으로 증명되었다면 이 또한 참이 아닌가? 그러면 거짓으로 증명된 거짓은 참인가 거짓인가? 아리송하다???

 

이래서 세상엔 이해하기 힘들고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는 가 보다. 그런 일일수록 교묘해서 틀렸음을 알아채지도 못한다. 알아채지 못하면 당하는 것이다. 뭔가 기분상으론 이상한데 반박할 수 없어 그냥 눈 뜨고 당하는 일도 일어난다. 말이 안 되는 것을 말이 안 된다고 말하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말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말이 되는 말만 있는 세상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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